제주동백마을
누구에게나 쉼표 같은 동백마을
            제주동백마을         마을탐방

마을탐방

누구에게나 쉼표 같은 동백마을

여행의 이유, 동백마을

마을을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목적 위엔 그리운 향수가, 또,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평화로움이 묻어있다. 그렇다.
마을을 여행하는 이유는 현재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또, 그 안에 녹아든 어린 시절의 추억과 바쁜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삶과는 정반대되는 여유, 그 자체를 느끼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신흥2리 동백마을’은 그런 곳이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게 하는 곳, ‘정’이라는 이름 아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곳. 제주라는 섬 안에서 마을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곳. 이곳이 바로 동백마을이다.

신흥2리 동백마을

붉은 동백꽃의 기다림이 있는 동백마을은 제주가 건네준 선물이다. 이 선물 꾸러미 안에는 호시절의 향수와 평소, 갖지 못했던 여유로움 속의 평화가 깃들어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네어 준다.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에 위치한 동백마을은 제주 여느 마을과 다름없는 평온한 마을이자, 감귤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나가는
마을 주민들의 거주지이다. 어쩌면 그저 평범한 마을로 기억될 이곳. 하지만, 이 마을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마을 가운데엔 특별한 숲이 있고, 다른 마을에선 느끼기 힘든 순수한 정과 웃음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더 특별한 마을.
나는 이 마을을 유랑하며, 유년 시절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마을을 누비던 그때의 향수와 오롯이 느낄 수 있던 순수한 평화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방범대원의 인도

마을 초입부터 펼쳐지는 주황빛 감귤밭과 20km에 걸쳐 조성된 동백나무가 끝없이 펼쳐져 울창함과 푸르름으로 마음을 아늑하게 만드는 동백마을은 왜인지 걷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또한, 지방기념물 제27호이자,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차례 수상경력이 있는 특별한 숲, 동백숲 군락지가 마을 가운데 서 있어 더 알고 싶은 곳이다.

편한 신발과 가벼운 옷차림으로 끝없이 펼쳐진 가로수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거닐다 보면, 마을을 지키는 방범대원이자, 푸근한 기분을 선사하는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게 다가온다.
마을을 방문한 내가 퍽 좋았는지, 몇 번의 싱그러운 인사를 건넨 강아지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자진해서 길잡이가 되어준다.
나는 총총걸음으로 걷는 강아지가 이끄는 대로 가로수 길을 지나 마을 중심으로 들어섰다.

향수, 그리고 호시절

강아지가 인도한 마을 초입엔 삼삼오오 모여있는 마을 주민들의 주거지가 눈길을 끈다.
어쩌면 평범한 집들이 동백마을에선 평범하지 않다.
집 집마다 심어 놓은 귤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동백나무까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마을 주민들의 노력과 그들의 마음은 집에서부터 동백나무 가로수까지 이어진 것이다.

처음 와본 마을에서 느끼는 감정이 낯설지가 않아서일까. 호기심 많은 나는 동백마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더 깊숙이 마을 중심을 향해 거닐기 시작한 나는 여러 평화로운 장면을 만났다. 집 사이사이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와 자전거를 타고 귤 농장으로 향하는 할아버지, 노란 꽃송이 사이에서 비행하는 꿀벌까지 말이다.

그리곤 깨달았다. 이 낯설지 않은 감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 말이다.
이 감정은 그리움 속에 숨어 자던 마음이 깨어난 것이고, 그 깨어난 마음의 이름은 흔히들 ‘향수’라 말하는 감정이었다.
그렇다. 우리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어 문득문득 그리움을 부르는 향수, 그 감정이 깨어나 20여 년 전, 호시절이라 부르던 그때의 나로 다시금 돌아가게 한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은 대부분 할아버지와 함께였고, 까슬까슬한 할아버지 손의 촉감이 여전히 손 등 아래 남아있다.
묵직하고도 편안한 할아버지의 손, 나는 늘 그 손을 잡고 마을 여러 곳을 다녔다. 그곳엔 내가 좋아하는 동네 슈퍼도, 피곤한 다리를 편안하게 해줄 정자도, 그늘에 잠시 기대어 쉬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 그 기억 속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동백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바쁜 일상, 순수한 행복

오랜만에 호시절로 돌아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정자에 잠시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내 옆자리에 향수를 고이 내려두고, 기지개를 한 번 켠 뒤, 다시금 마을을 거닐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중앙의 3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동백숲 군락지 앞에 서게 됐다.
울창한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숲 입구부터 가득 채우는 동백숲 군락지는 나를 평화 속으로 초대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길, 양옆으로 20m 높이의 나무들이 곧게 뻗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그래서일까.
나뭇잎이 사이로 조금씩 들어오는 햇빛과 푸른 하늘은 마치 나뭇잎 액자 위에 그려진 따스한 그림처럼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또, 숲속 여러 종류의 새들은 둥지를 틀어 생활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로 노랫소리를 낸다.
그 맑고 높은 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관현악단처럼 보여 클래식이 나오는 아름다운 전시회장을 연상케 했다.

평소 우리는 자동차의 소음과 회색빛 건물이 숲을 이룬 곳에서 생활한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우리는 하늘을 볼 일도, 여유를 누릴 틈도 없다. 매일 바쁜 일상이라는 쳇바퀴 속에 올라타 아침부터 밤이 될 때까지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그렇기에 우리에겐 마을 여행이 더 필요하다. 마을 안에는 평소 느껴보지 못할 감정들과 감성이 있으니까.

신흥2리 동백마을은 향수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바쁜 일상 속에 지친 사람들의 현재에 평화로운 여유 속의 쉼을 선물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갈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동백마을. 이곳 마을이 주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보자. 모든 이야기가 당신에게, 또 나에게 따뜻하게, 또 정답게 다가와 마음의 안식처가 또, 위로를 선물할 테니.